'만화'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6.24 페르세폴리스 - 마르잔 사트라피 4
  2. 2006.03.11 마스터 키튼
페르세폴리스 1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새만화책

이 책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규항닷넷이었다. 아주 간단한 글이어서 사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알라딘링크가 걸려있었다. 게다가 만화였다!!

암튼 알라딘가서 소개를 보고는 바로 위시리스트에 올려놓고, 얼마 후에 샀다. 그리고 지금은 이 책을 알게 된 것이 참 다행이다 싶다. 왜냐면..
"그 이후로 이 오래되고 거대한 문명은 광신적인 근본주의와 테러 등에 관련지어서만 이야기되어왔다. 인생의 반 이상을 이란에서 보냈던 한 명의 이란인으로서, 나는 이란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가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페르세폴리스>를 내게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나는 이란이라는 한 나라가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이 벌이는 잘못된 행동으로 판단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이란인들이 그들의 자유를 지키려다 감옥 속에서 죽지 않기를, 이라크와 전쟁으로 목숨을 잃지 않기를, 온갖 억압 속에서 고통받지 않기를 소망한다.
용서는 해도 잊어서는 안 된다."
-마르잔 사트라피

저자가 말하는 이런 잘못된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나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란하면 호메이니가 이끄는 그 이슬람 근본주의 혁명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이 사실이고, 그 나라의 아주 강력한 이슬람 율법과 정교일치 등등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고, 그 사람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시대적 보편성을 갖고 있음을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마르잔 사트라피는 69년생으로 넓게 본다면 나와도 비슷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이란 출신의 여성 만화가가 그린 만화라는 특수함보다는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누군가가 그린 자전적인 만화라는 보편성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내가 마르잔 사트라피를 포함한 이란의 사람들에 대해서 알 기회가 없었던 것 뿐. 아니 알려고 하지 않고 게으르게도 다른 사람들이 전하는 왜곡된 정보만 들었던 것 뿐.

"94년 프랑스에 살게 되고 나서, 나는 친구들에게 이란에서 내가 보낸 시절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TV를 통해 이란에 대해 단편적인 부분들만을 알고 있었고, 내 경험에 대해서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해야 했다. '아냐. 이란은 그런 곳이 아니라구!' 난 20년 가까이 이란 사람으로 살았던 것이 그렇게 부정적인 것이 아니란 걸 납득시켜야 했다. 내가 선택하고, 살아 온 것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대학을 마치고 작업실을 운영했을 때, 함께 있던 친구들이 말했다. '네 이야기에 대해서 뭔가 해보는 게 어때?' 그들은 내게 만화를 소개해 주었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가 첫 책이었다. '오 하느님,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그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다."
- 마르잔 사트라피

이 책은 만화로서도 매우 훌륭하다. 각 에피소드의 이야기는 재치와 유머가 넘치며(비극적인 순간들에서조차..), 그런 이야기들은 흑백만을 사용한 강렬한 스타일로 훌륭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이 스타일은 너무나 효과적이어서, 단순하고 소박한 그림체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마치 생생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것이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기초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 뒤표지에 실려 있는 뉴스위크의 평처럼 이 만화는 나에게 "어떤 학문적인 글보다 신문 기사 혹은 전략적인 문서보다 더 이란에 대해서 더 쉽고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준 책인 것 같다. 나의 모든 편견을 완전히 깨트려주었고, 다시 한번 인류의 보편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 책이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진심으로 나 또한 이란의 많은 사람들이 온갖 억압 속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아니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많은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고통받지 않기를 기원해본다.

* 이 만화는 지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올해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래 관련 페이지 링크에 애니메이션 홈페이지의 주소가 있다. 스크린샷이 몇개 있는데, 원작의 느낌을 거의 살리는 형태로 제작 중인 것 같다. 만세!!

* 위 만화의 이미지는 알라딘 Let's Look에서 퍼왔다. 이 페이지에 가면 첫번째 에피소드를 통째로 감상 가능하다.


관련 페이지
영문 위키피디아 페르세폴리스 페이지: http://en.wikipedia.org/wiki/Persepolis_%28comic%29
페르세폴리스 애니메이션 영화 홈페이지(소니 픽처스): http://www.sonyclassics.com/persepolis/
Posted by kkongchi
,

마스터 키튼

2006. 3. 11. 15:07


<마스터 키튼>을 다시 봤다. 뭐 다들 알겠지만, 스토리의 뼈대는 고고학자이면서 보험조사원인 키튼이라는 사람의 모험담이다. 우리들이 잘 접하지 못하는 고고학과 관련된 얘기나 아랍이나 동유럽, IRA등에 대한 얘기 등 다양한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어서 꽤 재미가 있다. 겉으로는 어리숙해 보이지만, 실은 특수부대 출신의 영리하고 신체적인 능력도 꽤 있는 주인공(이 점에서는 약간의 식상한 느낌도 있지만)도 그나마 개성적이고..

주인공 키튼은 각 에피소드의 스토리에서는 멋지게 보험조사원 임무를 완수해내지만, 스토리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그의 꿈인 도나우 고대 문명은 고고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소수 학설이기 때문에, 시간 강사로만 출강할 수 있을 뿐 정식 교수가 되지 못한 실패한 사람이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대학의 어떤 세력있는 교수가 키튼의 논문을 자기 이름으로 출간할 수 있게 해주면 키튼을 교수에 임명시켜 주겠다고 했지만, 고민 끝에 거절을 하고 만다.

"하얀 여신" 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도나우 문명의 여신에 대한 유물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기도 하는데, 실제 모계 사회의 존재 여부나 모계 사회가 실제로 여성이 존중되던 사회였는지에 대한 여부는 많은 견해가 있지만, 이 만화는 픽션이지 고고학 논문이 아니니까 그런 걸 따지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결국 이 것 또한 상징적으로 언제나 키튼이 약한 소수를 위해서 싸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자신도 거기 속해있기 때문에..)

키튼은 뛰어난 군인이지만 거의 총을 쓰지 않을 뿐 더러,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보면 총을 잘 쓰지도 못하고 쓰는 것을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싸웁니다. 옛 사람들의 도구와 지혜를 써서, 사람들을 죽이지 않고, 이겨 나간다. 이 만화에서의 싸움은 언제나 훈련된 군인 혹은 그런 류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대결이지만, (마치 일본 학생운동에서 경찰-시위대, 혹은 베트남 전쟁의 미군-베트콩과 같은) 키튼은 언제나 지혜를 발휘해서 이겨낸다. 이런 설정은 참 멋지다.

그런데 나는 수많은 에피소드 들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가족의 시간>이라는 에피소드인데, 스토리 자체는 별 것 없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 마지막에 대학 강사 자리를 못 얻은 키튼이 굉장히 실망해서 "지금은 대학에 가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 때 키튼의 아버지가 "이렇게 인생을 허비하는 것도 멋진 일 아니냐?"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이 가족을 감싸는 듯한 여름 밤의 풍경이 펼쳐진다. 귀뚜라미가 울고, 밝은 보름달이 떠있는.. 이 만화를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는 이런 분위기가 참 좋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류이야기1 - 헨드릭 빌렘 반 룬  (0) 2006.04.30
유배 행성 - 어슐러 K. 르귄  (0) 2006.03.11
다빈치 코드  (0) 2006.03.11
Posted by kkong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