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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29 쿠르스크 1943 2
  2. 2007.06.24 페르세폴리스 - 마르잔 사트라피 4
  3. 2006.10.2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 10

쿠르스크 1943

2007. 7. 29. 20:20
쿠르스크 1943
마크 힐리 지음, 이동훈 옮김, 이명환 감수/플래닛미디어

많은 사람들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고 하면 흔히들 노르망디 상륙 작전과 같은 주로 미국과 연합군에 의해서 이루어진 많은 승리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결정적으로 이끌어 낸 것은 사실 연합군이 아니라 소련이었고,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중요한 전선은 동부전선이었다.

그리고 이 동부전선에서 소련이 결정적인 승기를 잡게 되었던 계기가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943년 쿠르스크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기갑전이었다.

"쿠르스크에서 소련이 독일군을 물리침으로써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전략적 우위의 획득이었다. 쿠르스크 전투 이후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의 공세는 더 이상 없었다. 독일군이 돌출부에서 얻은 제한적인 성가도 소련군의 반격으로 7월 말에는 모두 사라졌다. 소련군은 1945년 5월 베를린 국회 의사당에 소련 국기가 내걸릴 때까지 계속 전진했다."
- 본문중에서

이 책은 많은 삽화와 사진을 곁들여서, 전투의 진행상황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각 진행 상황이 아주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고, 군사 전략적인 지식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대영씨의 "알기 쉬운 제2차대전사" 수준의 대중서라기 보다는, 밀리터리 매니아를 위한 책 정도의 느낌이다.

하지만 전차나 병사들의 제복, 전투기 등을 묘사한 많은 삽화나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전투의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 도해들도 자세해서 보기가 좋았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전투 속에서 그 속에 참여했던 인간들의 고민과 그 결단들을 볼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다. 결국 전쟁, 전투도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 이 시리즈는 외서를 번역한 것으로, 현재 6권이 나와 있다. 인천 상륙 작전을 다룬 1권을 시작으로, 노르망디 상륙 작전, 독일의 2차대전의 프랑스 전격전, 한니발의 칸나이 전투, 그리스 연합군의 마라톤 전투, 사막의 여우 롬멜의 토브룩 전투까지 6권이 나와 있는데, 현재 프랑스 전격전을 하나 더 사둔 상태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유명한 전투도 이런 식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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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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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1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새만화책

이 책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규항닷넷이었다. 아주 간단한 글이어서 사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알라딘링크가 걸려있었다. 게다가 만화였다!!

암튼 알라딘가서 소개를 보고는 바로 위시리스트에 올려놓고, 얼마 후에 샀다. 그리고 지금은 이 책을 알게 된 것이 참 다행이다 싶다. 왜냐면..
"그 이후로 이 오래되고 거대한 문명은 광신적인 근본주의와 테러 등에 관련지어서만 이야기되어왔다. 인생의 반 이상을 이란에서 보냈던 한 명의 이란인으로서, 나는 이란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가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페르세폴리스>를 내게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나는 이란이라는 한 나라가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이 벌이는 잘못된 행동으로 판단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이란인들이 그들의 자유를 지키려다 감옥 속에서 죽지 않기를, 이라크와 전쟁으로 목숨을 잃지 않기를, 온갖 억압 속에서 고통받지 않기를 소망한다.
용서는 해도 잊어서는 안 된다."
-마르잔 사트라피

저자가 말하는 이런 잘못된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나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란하면 호메이니가 이끄는 그 이슬람 근본주의 혁명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이 사실이고, 그 나라의 아주 강력한 이슬람 율법과 정교일치 등등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고, 그 사람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시대적 보편성을 갖고 있음을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마르잔 사트라피는 69년생으로 넓게 본다면 나와도 비슷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이란 출신의 여성 만화가가 그린 만화라는 특수함보다는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누군가가 그린 자전적인 만화라는 보편성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내가 마르잔 사트라피를 포함한 이란의 사람들에 대해서 알 기회가 없었던 것 뿐. 아니 알려고 하지 않고 게으르게도 다른 사람들이 전하는 왜곡된 정보만 들었던 것 뿐.

"94년 프랑스에 살게 되고 나서, 나는 친구들에게 이란에서 내가 보낸 시절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TV를 통해 이란에 대해 단편적인 부분들만을 알고 있었고, 내 경험에 대해서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해야 했다. '아냐. 이란은 그런 곳이 아니라구!' 난 20년 가까이 이란 사람으로 살았던 것이 그렇게 부정적인 것이 아니란 걸 납득시켜야 했다. 내가 선택하고, 살아 온 것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대학을 마치고 작업실을 운영했을 때, 함께 있던 친구들이 말했다. '네 이야기에 대해서 뭔가 해보는 게 어때?' 그들은 내게 만화를 소개해 주었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가 첫 책이었다. '오 하느님,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그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다."
- 마르잔 사트라피

이 책은 만화로서도 매우 훌륭하다. 각 에피소드의 이야기는 재치와 유머가 넘치며(비극적인 순간들에서조차..), 그런 이야기들은 흑백만을 사용한 강렬한 스타일로 훌륭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이 스타일은 너무나 효과적이어서, 단순하고 소박한 그림체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마치 생생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것이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기초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 뒤표지에 실려 있는 뉴스위크의 평처럼 이 만화는 나에게 "어떤 학문적인 글보다 신문 기사 혹은 전략적인 문서보다 더 이란에 대해서 더 쉽고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준 책인 것 같다. 나의 모든 편견을 완전히 깨트려주었고, 다시 한번 인류의 보편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 책이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진심으로 나 또한 이란의 많은 사람들이 온갖 억압 속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아니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많은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고통받지 않기를 기원해본다.

* 이 만화는 지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올해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래 관련 페이지 링크에 애니메이션 홈페이지의 주소가 있다. 스크린샷이 몇개 있는데, 원작의 느낌을 거의 살리는 형태로 제작 중인 것 같다. 만세!!

* 위 만화의 이미지는 알라딘 Let's Look에서 퍼왔다. 이 페이지에 가면 첫번째 에피소드를 통째로 감상 가능하다.


관련 페이지
영문 위키피디아 페르세폴리스 페이지: http://en.wikipedia.org/wiki/Persepolis_%28comic%29
페르세폴리스 애니메이션 영화 홈페이지(소니 픽처스): http://www.sonyclassics.com/persepolis/
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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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장희창 옮김/민음사

드디어 처음 읽었다..읽을 생각은 전부터 있었지만, 왠지 손이 가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_-;;;;

한 번 읽어서는 전체를 파악하기가 너무 힘든 책이다. 기본적으로 예언서 혹은 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지라, 과연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가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해설서도 읽고 책 자체도 몇 번은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하지만 책의 여러 부분에서 대단한 통찰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래는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부분들이다.
형제들이여, 간곡히 바라노니 대지에 충실하라. 그리고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말하는 자들을 믿지 마라. 그들은 스스로 알든 모르든 독을 타서 퍼뜨리는 자들이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橋)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정신이 더 이상 주인으로 신으로 여기지 않으려는 거대한 용은 무엇인가? 너는 해야 한다. 이것이 그 거대한 용의 이름이다. 그러나 사자의 정신은 이에 대항하여 "나는 원한다." 라고 말한다.

국가는 가장 냉혹한 괴물들 가운데서 가장 냉혹하다. 그 괴물은 차갑게 거짓말한다. 그 괴물의 입에서는 "나, 즉 국가는 민족이다" 라는 거짓말이 기어 나온다.
그대들이 국가를, 이 새로운 우상을 숭배하면, 국가는 그대들에게 무엇이든 주려 한다. 그렇게 하여 국가는 그대들의 빛나는 덕과 그대들의 자랑스러운 눈길을 매수하는 것이다.
국가는 그대들을 미끼로 삼아 많은 너무나도 많은 군중을 유혹하려 한다! 그렇다. 그렇기 위해 지옥이라는 예술품, 신의 영광으로 장식되어 쩔렁쩔렁 소리를 내는 죽음의 말(馬)이 고안되었다.
착한 자나 악한 자나 모두 다 독을 마시게 되는 곳. 그 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착한 자나 악한 자나 모두 다 자기 자신을 상실하는 곳. 그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이 서서히 자살을 하며, 바로 그것을 삶이라고 부르는 곳, 그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여인에게는 아직도 우정을 맺을 능력이 없다. 그러나 말하라. 그대 남자들이여. 그대들 중 누가 우정을 맺을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러나 그대가 마주칠 수 있는 최악의 적은 언제나 그대 자신이다. 그대 자신이 그대를 기다리며 동굴과 숲에서 잠복하고 있는 것이다.
고독한 자여, 그대는 그대 자신에 이르는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그대의 길은 그대 자신과 그대의 일곱 악마 곁을 스쳐 지나간다.
도덕군자들이여. 그대들은 아직도 대가를 바라는구나! 덕에 대한 대가를, 대지에서의 삶에 대한 대가로 천국을, 그리고 그대들의 오늘에 대한 대가로 영원을 바라는가?
그대 강력한 자여,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대에게서 바로 아름다움을 요구한다. 그대의 선의(善意)가 그대의 마지막 자기 극복의 대상이 되기를.
나는 그대가 온갖 악을 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때문에 내가 그대에게 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들 사이에도 뜨거운 태양이 낳은 아름다운 새끼들이 있고 악인에게도 경탄할 만한 것이 많지 않은가.
그대들 중 최고의 현자들도 내게는 그다지 현명하게 보이지 않듯이, 인간의 악의도 실제로는 그 소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이란 결국 자기 자신만을 체험하는 존재가 아닌가.
이것이 지금 나의 길이다. 그대들의 길은 어디 있는가?라고 나는 나에게 길을 물은 자들에게 대답했다. 말하자면 모두가 가야 할 그런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귀한 영혼의 기질은 그렇다. 그러한 영혼은 아무것도 공짜로 얻으려 하지 않으며, 삶에 있어서는 특히 그러하다!
아! 이 착한 자들! 착한 자들은 결코 진리를 말하는 법이 없다. 정신에 있어서 이처럼 착하게 된다는 것은 일종의 병이다.
그들, 이 착한 자들은 양보하고 참고 견딘다. 그들의 마음은 다른 사람을 따라서 말하고, 바닥에서부터 복종한다. 그러나 복종하는 자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다.
그대들이 어디서 왔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을 앞으로 그대들의 명예로 삼아라! 그대들 자신을 넘어서서 가려는 그대들의 의지와 그대들의 발, 그것을 그대들의 새로운 명예로 삼아라!
그대들은 증오할 가치가 있는 적을 가질 뿐 경멸할 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과 소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사랑스러운 일인가. 말과 소리는 영원히 분리되어 있는 것 사이에 걸쳐진 무지개이자 가상의 다리가 아닌가?
저마다의 영혼은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다. 저마다의 영혼에게 다른 영혼들은 세계 너머의 세계다.
가장 비슷한 것들 사이에서 가상은 가장 아름답게 거짓말을 한다. 왜냐하면 가장 작은 틈새야말로 다리를 놓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어떻게 나의 바깥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바깥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점을 잊어버린다. 잊어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는 일찍이 가장 위대한 인간과 가장 왜소한 인간. 이들의 벗은 몸을 보았다. 서로 간에 너무나 닮았고, 가장 위대한 인간조차도 너무나 인간적이었다.
최대의 인간조차도 너무나 왜소했다! 이것이 인간에 대한 나의 권태였다! 그리고 가장 왜소한 인간조차도 영원히 회귀한다는 것! 이것이 모든 생존에 대한 나의 권태였다!
아, 이 세상에서 동정하는 자들보다 더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자들이 어디 있었던가? 그리고 동정하는 자들의 어리석음보다 더 큰 고통을 가져온 것이 이 세상 어디에 있었던가?
자신의 동정심도 뛰어넘지 못하면서 사랑을 하고 있는 모든 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라!
언젠가 악마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에게도 지옥이 있느니, 인간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다."
또 최근에 나는 악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한 동정 때문에 신은 죽었다."
그대들은 다리(橋)에 불과하다. 더 차원 높은 자들이 그대들을 딛고 저 너머로 건너가기를! 말하자면 그대들은 계단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을 딛고 저 너머 자신의 높이로 오르는 자들에게 화를 내지 마라!

높이 오르고자 한다면 그대들 자신의 다리를 사용하라! 그대들은 위쪽으로 실려 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다른 사람의 등이나 머리에 올라타지도 마라!

Posted by kko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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