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본을 3,4위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기면서 일단 한국의 아시안컵은 끝났다.
3위라는 비교적 준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번 대회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현재 지배적인 듯 하다.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6경기를 통털어 단 3골 밖에는 넣지 못한 황당하기 그지 없는 공격력..-_-;; 경기당 0.5골 총 전적은 결국 1승 5무 1패.. 이로 인해서 현재 국가대표팀 감독 베어백(일명 곰가방)은 각종 게시판에서 아프간 23인의 인질 못지 않게 까임을 당하고 있으며, 사임 압력이 높아가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생각이 다르다. 일단 곰가방 감독은 이번 아시안 컵에서 확실한 자기 색깔을 보여주었다. 바로 수비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득점과 똑같은 3골 밖에는 허용하지 않았다. 즉, 안 풀린 공격에 비해서 수비의 완성도는 대단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공격팀인 사우디, 이란, 일본 등을 상대로.
곰가방 감독의 수비 전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유기적으로 쓸 줄 아는 일자 4백, 오버래핑을 극도로 자제해서 사이드를 완전히 잠가버리는 양 윙백, 거의 수비수에 가까운 수비형 미드필더 2명. 문제는 이런 수비지향적인 전술을 아시안컵에서 썼다는 것이 되겠다. 그것도 인도네시아 같은 팀들에게. 그리고 너무 수비지향적인 미드필더 구성과 제대로 패스해 줄 수 없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부재로 인해서.. 공격에 투입되는 패스를 막장 뻥 패스의 대명사 김진규가 도맡아버렸다는 것...
사커월드 Cocu님의 베어백 전술 분석위 글은 지난 월드컵 프랑스의 전술과 현재 곰가방의 전술을 비교해서 쓴 글인데, 상당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윗 글에서도 나와있지만 이 전술은 쉽지가 않다. 프랑스도 겨우 월드컵 후반기에나 완벽하게 소화된 정도이니까. 이런 베어백의 전술이 무승부가 아니라 승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있다.
1. 키핑 능력과 킬러 본능이 출중한 스트라이커 - 결국 이 역할을 조재진이 맡아서 현재 욕을 먹고 있다. 아무래도 킬러 본능의 부분에서는 조재진이 많이 부족하니까. 특히 상대의 수비를 부숴버리는 파괴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
2.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좋은 패스를 뿌려줄 수 있어야 한다. - 이 역할을 김남일이 했어야 했는데, 부상으로 드러누워버려서.. 결국 손대호라는 선수를 쓸 수 밖에 없었는데 수비는 괜찮았지만 패스는 전혀 없었다.
3.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도 절묘한 타이밍에 오버래핑할 수 있는 윙백 - 김치우, 오범석 양 윙백은 이 부분에 한해서는 아시안 컵 내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오버래핑 횟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오버래핑 할 때 만큼은 확실하게 마무리지어줄 줄도 알게 되었고.
아무튼, 3위라는 성적에 사실 만족할 수는 없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우승권이 되어야 하는 것이 한국 축구니까. 하지만, 베어백이 확실히 자신의 색깔을 갖고 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보는 입장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하나만 두고 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보고 싶지만.. 구기 종목에서는 역시 언제나 수비가 강한 팀이 승리한다. 솔직히 2002년 월드컵 4강의 업적도 한국대표팀이 공격을 잘 해서 된 것이 아니라,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니까. 일단 이 어린 수비진이 완성될 때까지는 베어백을 믿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적어도 수비진의 완벽한 세대 교체는 성공하는 셈이 될테니까.